도서소개
식물인간 상태가 되신 어머니, 그 후 18년
20대 청년기부터 어머니를 돌봐온 마흔다섯 살 아들의 희망 일기☞ 의식이 없는 어머니의 낮과 밤을 지키고 돌보며 얻는 뜻밖의 행복
☞ 혹독하고도 무거운 고통을 유쾌하게 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
☞ 눈물을 웃음으로, 고난을 선물로 바꾼 ‘울트라맨’의 사랑학 특강
☞ “사랑은 유효기간이 없어요. 끝까지 책임지는 것입니다.”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고통
멋진 건축가를 꿈꾸며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청년이 있었다. 그의 가장 큰 소망은 밤과 낮이 바뀐 채 새벽시장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는 어머니의 생활을 정상적으로 돌려드리는 것이었다. 밤 10시면 일어나 광장시장에 나가서 다음날 오후에야 귀가한 후 집안일을 정돈하다 해가 다 떨어질 무렵 잠깐 자고 일어나는 고단한 삶의 어머니는, IMF가 터지기 시작한 1997년 겨울, 갑자기 뇌출혈로 식물 상태가 되었다.
대학원 특차입학을 해둔 아들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과 고통을 참고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며 회복의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소원했다. 어머니는 중환자실에서 3개월, 일반병실에서 5개월여를 생명의 숨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의료적으로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후 퇴원을 명받고 집으로 모시고 와야 했다.
아들은 ‘왜?’라고 묻지 않기로 했다. “왜 사랑하는 어머니가 회복 불능의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을까?” 이런 질문은 마음을 우울하고 힘들게 할 뿐이었다. 당장 해야 할 일을 찾는 데 전혀 유익이 되지 않았다. ‘왜?’라는 질문을 ‘어떻게?’로 바꾸었다.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내가 이렇게 꼼짝 못하는 환자로 누워 있다면…. 어떻게 편하게 간호해 드릴 수 있을까?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는데 어떻게 이 고통을 극복해 갈 수 있을까?”
감당해 낼 방법을 묻는 끝없는 질문과 궁리와 노력 끝에, 식물 상태의 환자를 돌보는 데 그만의 노하우가 쌓여 갔다. 하루 24시간을 어머니의 손과 발, 호흡이 되어 매 시간별 섬세한 계획표를 짜서 그대로 실행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보다 혈색과 체온, 혈압 등이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간절히 기도했던 의식은 회복되지 않았다.
마음이 바뀌는 기적
아들은 회복의 기적이 아닌 다른 기적을 경험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은 그대로이지만 ‘마음이 바뀌는 기적’이다. 현재까지 18년째 식물 상태의 어머니를 위해 애쓰면서 그는 한 번도 포기하거나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일상인데도 유쾌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이겨낸다. 직업 없이 연애도 포기하고 집에서 꼼짝없이 병간호만 하며 청춘을 보내면서도 남들보다 뒤처지고 사회 부적응자가 될 것 같은 초조와 불안으로 괴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안하고 행복한 일상의 여유를 누린다. 그에게 어머니를 돌보는 하루하루의 삶은 기쁜 선물과 다름없는 시간이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글로 써 내려가
저자 황교진에게는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매일의 삶을 글로 남기는 것이 유일한 활력소였다.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병간호에만 전념하는 그에게 편안한 외출은 불가능했다. 정서적인 소통은 글로만 가능했다. 어머니를 간호하며 홈페이지에 써온 8년 동안의 에세이는 2004년 여름 《어머니는 소풍 중》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책이 나오자 방송 출연 섭외와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저자의 삶과 책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고, 결혼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형편이었으나 어머니 간호를 돕고 싶다고 다가온 독자와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현재 출판 편집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에게 두 아들도 생겼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불붙듯 일어나길
이 책은 저자가 10년 전에 출간한 책을 개정하여 내용을 보충하고 디자인을 새롭게 한 책이다. 어머니를 돌보아 온 8년의 이야기이며, 직업 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견뎌 간 청년기의 기록이다. 현재도 저자의 어머니는 병상에서 아들의 손길을 받으며 몸을 보전 중이다. 집에서 요양병원으로 모신 후 매주 병원에 방문하여 어머니를 씻기고 상태를 살피며 정갈하게 돌봐드리고 있다.
청년기 이후 결혼과 직장, 부부, 육아 이야기를 담은 책 《어머니는 지금도 소풍 중》을 준비 중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중환자의 모습이지만 사랑하는 시간을 함께 보낸 길고 긴 세월은 고통과 절망으로만 얼룩지지 않는다. 건축가의 꿈을 가진 아들은 그 속에서 보이는 집이 아닌,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 집을 지어드리는 영혼의 건축가로 위치 이동했다. 어머니는 의식 없이 누워 있지만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그 기도는 현실 속에서 차곡차곡 이루어졌다. 어머니의 낮과 밤을 정상적으로 돌려드리려던 아들의 기도 또한 이루어졌다. 어머니는 늘 밤처럼 편안하게 주무시며 마치 잠시 소풍 중이신 듯한 얼굴로 하루하루 쉬고 계시기 때문이다. 끝이 없는 고통의 연속에서 그는 말한다. “우리 모자는 아주 어려운 기적의 주인공입니다!”라고.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고통과 슬픔이 가득한 이 땅에 돈을 사랑하는 욕망이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뀌는 일이 불붙듯 일어나길 소망한다. 생명은 하늘이 주신 것이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고 귀하며 끝까지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이다. 가족의 고통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누듯이 우리 사회의 고통이 분담되어 모든 아픔을 덮는 사랑으로 새로워지기를 바란다.
차례
추천의 글우리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보게 될 것입니다 _이지선 작가
탄식과 한숨으로 가득 찬 인생도 존귀하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_김관성 목사
한 분이라도 눈물을 닦고 일어설 용기를 얻으신다면…… _김종호 목사
조금도 우울하지 않은 유쾌한 감동, 온유함과 책임감이 주는 기쁨과 은혜 _문태언 목사
다른 의미의 기적을 읽게 됩니다. 고통을 안고 견뎌 가는 ‘삶이 만들어 낸 기적’을…… _조영민 목사
글을 시작하며낫지 않아도 기적의 주인공입니다
1.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천국대학 사랑학과 / 전 라운드를 뛰는 날 / 꽃과 삼겹살 / 쌀이냐, 베개냐? / 보디가드 속옷에 흘린 눈물 /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 바느질 단상斷想 / 주부 애상哀想 / 우리 남매 이야기 / 깨끗함과 더러움
2. 오래된 간호복만나는 있다 1 / 만나는 있다 2 / 만나는 있다 3 / 오래된 간호복 / 나의 하루 / 예비 매제가 다녀가다 / 여동생의 결혼식 / 패스트푸드점에서 / 초콜릿에 얽힌 기억 / 지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이긴다
3. 내겐 너무 이쁜 엄마어머니를 목욕시켜드린 후 / 나의 파란 구두 이야기 / 원가와 수리비 / 울트라맨 생일파티 현장 보고 / 사랑하니까 / 십자 금목걸이 / 신용불량 권하는 카드 / 가족사진
4. 사랑은 유효기간이 없어요어머니께 침 놓아드리기 / 나의 현실, 타인의 화제 / 좌절금지 구역 / 캔디의 남자들 / 무단횡단 범칙금 / 아버지와 나 / 첫 강의를 하다 / 엄마에게
5. 날마다 조금씩 더 사랑합니다엄마의 생신 / 라면 먹으며 <대장금> 보기 / 어느 성탄절에 다가온 큰 변화 / 아버지를 전도하다 /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다 / 8년 만에 / 나의 갓 태어난 딸 / 아버지의 환갑잔치
글을 마치며답 없는 삶의 답을 알기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자소개
1970년에 태어나 숭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대성그룹, 홍성사, 자음과모음, 넥서스, 더드림, 우리가만드는책 등에서 책을 기획 편집하며 글을 써왔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1997년 11월 27일 밤, 어머니가 뇌출혈로 의식을 잃으셨다. 병원을 세 군데나 옮겨 가며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7개월 만에 ‘가망 없음’ 통보를 받고 집으로 모시고 와야 했다. 그로부터 18년째 식물 상태의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그는 엄마가 되었고, 어머니는 그의 갓 태어난 아픈 딸이 되었다. 그는 장기 중환자인 어머니를 돌보며 ‘왜(Why)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질문하지 않는다. ‘어떻게(How to) 생명을 잘 보존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기도하며 연구했다. 삶의 어느 순간부터 고통스런 하루 일과가 평온한 일상으로 바뀌었다. 그는 어머니의 생명을 지키는 주치의이자 간호사, 영양사 역할을 기꺼이 감당한다. 때로 ‘가위손’이 되어 멋진 커리어 우먼의 모습으로 꾸며드리기도 한다. 어머니의 팔과 다리, 호흡이 되어 살아 온 간호 덕분에 그는 강해졌고, 어머니는 식물 상태이지만 병상에서 아들의 손길을 받으며 몸을 보전 중이다.
긴 싸움에서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체력을 위해 어머니가 주무시는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운동을 했다. 체육대학을 졸업했냐는 질문을 받을 만큼 건강한 몸을 얻었고, 교회 친구와 후배들, 홈페이지의 벗님들 사이에 ‘울트라맨’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마음만은 ‘알프스 소녀’다.
2004년 《어머니는 소풍 중》(김영사) 출간 후 KBS <아침마당>, 뉴스, 휴먼다큐 <사미인곡> 등 많은 방송에 출연했다. 호스피스 봉사자의 소명을 간직하고 있으며, 삶의 고난이 주는 유익에 대해 교회와 기업체, 봉사단체 등에서 여러 차례 강연했다.
어머니 간호를 돕겠다고 다가온 여성과 만나 10개월간 함께 간호한 후 가정을 이루어 영승, 예승 두 아들을 두었다.